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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


Written by Younghee Kim


밤하늘에 무지개보다도 찬란한 오로라가 드리우는 날,

그날이 바로 달의 아이들이 지구로 내려오는 날이었습니다.

지구를 동경하던 달의 아이들은 오로라의 빛을 타고 지구로 내려와,

바다와 육지 중에 한 곳을 선택해 안착했답니다.

아주 드물게 달의 아이 중 한 아이가 바다와 육지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오로라 끝까지 와서 대롱대롱 매달리는 일이 생기면,

그 아이의 몸에서는 인어의 꼬리와 인간의 다리가 각각 돋아나 인어와 인간으로 분리되었답니다.

하나가 둘이 된 것이지요.

하나였던 달의 아이가 둘로 나뉘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꽃잎이 하늘하늘 춤추는 모습처럼 신비로웠답니다.

 

그렇게 인어와 인간으로 살아가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원래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못하게 되었지만,

그들은 대상 모를 그리움과 이유 모를 외로움을 불치병처럼 달고 살았습니다.

 

수많은 시간이 흐르고 퇴적하기를 반복하고도,

몇 세기가 지나 바다와 육지가 서로 자리를 바꾸고 나서도,

그러고서도 원래 하나였던 자신의 반쪽을 잊지 못한 인어와 인간은

간혹 사랑에 빠지기도 했답니다.

 

인간들 속에서 항상 혼자였던 아우덴티아와

인어들 사이에서 항상 혼자였던 아니미가 그랬습니다.

아우덴티아는 자신의 그리움을 편지에 담아 바다로 유리병을 띄워 보내며 외로움을 달랬고,

아니미는 인간과 배들이 아주 가까이 보이는 곳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헤엄쳐 와서

그들을 훔쳐보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랬습니다.

 

아우덴티아는 아니미와 함께 맘껏 헤엄치고 싶어서 바다로 가고 싶었고,

아니미는 아우덴티아와 나란히 걷고 싶어서 육지로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육지로 올라오고 싶어하는 아니미를 인간들은 두려워했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아우덴티아를 인어들은 혐오했습니다.

언제나 혼자라고 여겼던 그들이 진정한 사랑과 자유를 원했을 때

눈에 보이지 않던 관계와 감정들은 그제야 모습을 드러내고 그들을 옭아맸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그들은 결심을 했습니다.

꼬리든 다리든 상관없는 곳으로 가자고.

걷든 헤엄치든 달리든 자맥질하든

내 방식대로 맘껏 움직이고 날아오를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는 게 아니라

인어들을 피해 달아나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들만의 세상으로… 날아가자고.

 

달에도 바다가 있었습니다. ‘Moon Maria(달의 바다)!

신비로운 영혼들이 헤엄치듯 날아다닌다는 그 바다를 많은 인어들은 동경했지만 누구도 쉽게 갈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곳에 가려면 통과해야 하는 오로라의 소용돌이 속에서 모든 기억과 소망을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이 그들을 두렵게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 소녀 아우덴티아와 인어 소년 아니미는 그 사실이 두렵지 않았어요.

이 지구에서 둘이 함께하는 한, 걸을 수도 헤엄칠 수도 날 수도 없다는 것이 훨씬 더 두려웠기 때문이었어요.


아우덴티아와 아니미는 함께 달의 바다로 날아가기로 약속하고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주었습니다. 아우덴티아는 아니미를 그리워하며 바닷속에 들어가 주워 올렸던 가장 아름다운 진주로 반지를 만들어 그에게 끼워주었습니다. 아니미는 그녀의 소중한 편지가 담겨 있던 유리병에 인어의 노래를 담아 목걸이를 만들어 그녀에게 걸어주었습니다.

 

오로라의 파노라마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을 때

밤하늘은 이리저리 보대끼며 어둠을 더욱 깊게 물들이고

냉기도 침묵도 더욱 진하게 뱉어냈습니다.

오색찬란한 빛의 입자들이 밤하늘의 대기 속에서 현란한 군무를 출 때

그 황홀한 빛 속으로 꽃도 별도 가로등 불빛도 모조리 빨려들어갈 듯했고,

그 사이로 무엇이 오고 간다 한들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 순간 아우덴티아와 아니미는 서로를 꼭 껴안고 오로라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두려운 빛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 빛 속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게 소중한 존재는 무엇인지 모두 잊어버린 듯했습니다.

 

쉼 없이 쏟아지던 빛의 세례가 어느 순간 멈추고 간신히 달에 도착했을 때, 한동안의 얼떨떨함과 어색함이 사라지자 그들은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아이처럼 날아오르고 공중제비를 돌고 용솟음치며 달의 대기 속을 날아보았습니다.

아이 같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은

그들이 서로에게 준 선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오로라를 통과하는 모든 생명체의 기억과 소망을 지우고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하는 우주의 엄격한 법칙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갈망과 그리움을 잊지 않고 지킬 수 있게 해주었던 것! 아우덴티아의 진주 반지와 아니미의 유리병 목걸이가 그들의 사랑을 고스란히 그 안에 간직해, 오로라를 통과하게 해주었음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달의 아이도, 인어도, 인간도, 그 어떤 생명체도 가 닿을 수 없었던 달의 바다 깊은 곳까지, 그들은 서로를 향한 사랑을 온전히 간직한 채 더는 혼자가 아닌 둘이서 날아갈 수 있었답니다.



-라틴어 아니미(animi): 용기

-라틴어 아우덴티아(audentia): 용기

-문마리아(moon maria): 달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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