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al, Champagne diamond & 18K Gold
<모네의 수련>
Written by Younghee Kim
오랑주리 미술관에 갔을 때
모네의 수련 연작이 있는 둥근 방에
한참동안 앉아 있었다.
자연 채광으로 온화한 빛이 머무는 그 방은
모네가 자신의 지베르니 정원에서
고즈넉하게 연못을 바라보던 그 시간으로
나를 데려가주었다.
모네가 바라보던 그 연못 위에서는 연꽃이 피고 또 스러지고 빛이 구름 사이로 나타났다 다시 숨어들고 바람이 물을 쓰다듬었다 움켜쥐기를 반복하고, 모네의 눈앞에서뿐만 아니라 마음속에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감정들이 솟아나 사랑하고 증오하길 반복했을 것이다.
그 방에 앉아 있으니
모네와 등을 맞대고 연못을 함께 바라보는 듯했다.
모네가 그려낸 연못엔 따사로운 봄 햇살이 담기고, 온몸에 작열하는 여름 태양이 담기고, 황금빛과 갈색의 색채들로 온화하게 감싸인 가을 대지가 담겼고, 모든 것이 말라버려 침묵하는 무거운 겨울 대기가 담겼다.
한참 그렇게 앉아 있는데 은상이가 말했다.
"엄마, 모네의 연못이 꼭 오팔 같아~"라고….
그러고 보니 항상 이유를 알 수 없을 만큼, 일생에 걸쳐 관찰과 탐닉을 반복해왔던 오팔이라는 보석이 떠올랐다.
엄마 친구 분 중 한 분이 오팔 반지를 아주 귀하게 끼고 계셨는데, 그 오팔 반지를 너무 보고 싶어서 무작정 그 이모 댁에 놀러가자고 매일 조르다가 혼나기도 했고,
피아노 학원에 가는 길에 있던 양품점 쇼윈도 안에 오팔 반지가 놓여 있어서 근 1년 넘게 학원에 갈 때마다 그 양품점 유리에 달라붙어 홀린 듯 그 반지를 들여다보곤 했다.
내게 오팔은 언제나 신비고 갈망이었다.
성인이 된 뒤 오팔이 나의 탄생석임을 알게 됐고 피할 수 없는 운명적 이끌림이었음을 반갑게 깨달았더랬다.
오팔이 지닌 빛깔은 신비스럽고 무엇 하나 일률적이지 않다. 오팔의 깊은 곳 저 안으로부터 뿜어 나오는 색채는 그러고 보니 모네의 연못처럼 그린과 퍼플, 핑크와 오렌지가 뒤엉켜 있었다. 자연이 품고 있는 밝음부터 어두움까지 오팔은 자기 안에 켜켜이 쌓아놓고서, 언제나 신비한 세계로 나를 데려가는 듯했다.
모네의 그림과 오팔이라는 보석은 자기 앞에 선 인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사계와 인생을 관통하고 관조하게 만든다. 이 놀랍도록 비슷한 공통점을 나는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아마도 앞으로 나는 평생 꽤 많은 오팔을 주인공으로 삼아 반지와 귀걸이와 목걸이들을 만들게 될 것 같다.
모네가 수련을 그려 신비스런 자연과 아름다운 세상을 사람들에게 선물했듯
나도 내 분신인 오팔을 어루만져 여인들의 갈망과 탐닉을 채워주고 싶다.
나의 오팔을 통해서라면 그 어려운 미션이 가능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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